1998년 MBC 일일드라마로 방영된 ‘마음이 고와야지’는 단순한 가족극을 넘어, 서로 다른 세대와 가치관이 충돌하는 일상의 긴장 속에서도 결국은 이해와 사랑이라는 본질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따뜻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갈등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가족이기에 다시 마주하고, 용서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줬다. 그 안에는 웃음과 눈물, 일상의 진심, 그리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감정의 층위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본 글에서는 ‘마음이 고와야지’가 그려낸 가족 서사와 그 안의 진심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불편함과 따뜻함 사이
‘마음이 고와야지’라는 제목은 어찌 보면 교훈적이고 단순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 단순한 말을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의 층위 속에서 실현해 나가는지를 진지하게 탐색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때로는 그 누구보다 멀고 낯선 존재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그런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극 중 중심 가족은 전형적인 90년대 중산층 가정이다. 아버지는 가부장적이지만 책임감 있는 가장, 어머니는 억척스럽지만 자녀들을 위한 헌신적인 존재, 자녀들은 각자 다른 성격과 인생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갈등은 세대차이, 진로, 연애, 돈 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러한 갈등을 단순한 충돌로 소비하지 않고, 각 인물이 처한 입장과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며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특히 자녀들 간의 형제·자매 관계는 공감의 핵심 축이다. 겉으로는 경쟁하고 질투하지만, 위기 앞에서는 망설임 없이 서로를 감싸는 장면들이 인상 깊다. 이 드라마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단순히 이상적인 메시지로 전달하지 않고, ‘진짜 피붙이라면 얼마나 자주 상처를 주고받는지도 알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통찰을 담아낸다.
또한, 드라마는 각 인물의 서사를 균형 있게 배분한다. 자녀 세대뿐 아니라 부모 세대의 외로움, 과거에 대한 회한, 희생의 무게를 함께 다룸으로써, 시청자 각자가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고 감정을 투영할 수 있게 만든다. 바로 그런 점에서 ‘마음이 고와야지’는 당대 가족 드라마 중에서도 유독 진정성과 공감력이 강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갈등은 불편하지만, 진심이 시작되는 자리다
‘마음이 고와야지’는 갈등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다. 부모와 자녀 사이, 형제자매 사이, 부부 사이의 오해와 불신은 일상의 사건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특별한 것은, 그러한 갈등이 결국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관계의 재구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극 중 둘째 딸은 유학을 준비하며 부모와 큰 갈등을 겪는다. 부모는 안정적인 삶을 원하지만, 그녀는 도전을 원한다. 이 충돌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가치관의 전면전이다. 결국 가족회의와 갈등의 폭발을 거쳐, 서로가 상대를 얼마나 ‘자기 틀 안에서만’ 이해하려 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 장면은 단순히 극적인 화해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시청자 스스로 ‘나는 내 가족을 정말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또한, 드라마는 일상의 사소한 행동 속에 감정이 어떻게 축적되고 폭발하는지를 매우 섬세하게 묘사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한 마디 퉁명스러운 말, 어머니의 지나친 잔소리, 형제의 무심한 행동 등이 하루하루 쌓이면서 결국 큰 갈등으로 비화되는 과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갈등의 원인을 특정 인물에게 돌리기보다, 가족이라는 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의 결과’로 그려낸다.
‘마음이 고와야지’는 결국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는 전제를 전제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다시 기대한다. 그것이 가족이라는 관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바로 그 관계의 반복 속에서 사람은 조금씩 성장한다고 말한다.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오히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점을 진지하게 전한다.
마음이 고와야 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
‘마음이 고와야지’는 단순한 도덕적 훈계가 아니다. 이 드라마는 인간관계의 본질, 특히 가족이라는 가장 복잡한 관계 안에서의 진심과 성장을 그린 정직한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착한 마음’이란 단지 말과 행동의 온순함이 아니라, 갈등 속에서도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태도, 상처받고도 다시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라는 점을 이 드라마는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지금도 가족은 여전히 우리 삶의 가장 복잡하고도 중요한 관계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갈등하고, 기대하고, 때로는 외면한다. 그러나 ‘마음이 고와야지’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마주 앉아야 한다.” 이 드라마는 우리 모두가 가족 안에서 갖고 있는 상처와 소망을 조용히 어루만지며, 그 속에서 다시 진심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기, 그리고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기. 그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이 고와야지’는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는 모두 서툴지만, 그래서 더 필요한 존재다. 서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