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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한다. 한공주

by 노랑주황하늘 2025.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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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해자의 삶을 조명하는 침묵의 서사

한공주는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인 한공주가 사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가해가 아닌 그 이후, 즉 피해자가 겪는 사회적 낙인과 고립을 정면으로 다룬다. 한공주는 전학을 가고, 이름을 바꾸고,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하지만 사회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학교, 친구, 이웃, 심지어 교사까지 그녀를 "문제의 원인"으로 보며 배척한다.
감독은 피해자가 다시 상처받는 과정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깊은 시선으로 따라간다. 이를 통해 관객은 고통을 감상하는 위치가 아니라, 그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입장으로 옮겨간다. 말보다는 침묵과 눈빛, 거리감을 활용한 연출은 피해자의 내면을 더욱 강렬히 드러낸다.

2. ‘회복’이 아닌 ‘존재’에 집중한 서사 구조

많은 영화가 상처 입은 인물의 ‘극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반면, 한공주는 치유나 성장보다 그저 존재하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공주는 어떤 거창한 변화나 용서를 실현하지 않는다. 그녀는 여전히 불안하고, 외롭고, 세상이 무섭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고 살아간다.
감독은 이러한 태도를 통해 현실적이고 솔직한 피해자상을 그린다. 사람들은 종종 피해자에게 ‘이겨내라’, ‘잊어라’는 기대를 한다. 하지만 한공주는 그 기대를 거부하고, 상처 입은 이가 그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는 오히려 더 큰 진정성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공주가 가해자 가족과 마주하는 장면, 트라우마로 인해 호흡을 가다듬는 순간들 등은 “회복되지 않아도 인간은 계속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말한다.

 

 

3. 천우희의 연기와 현실감 있는 연출

배우 천우희는 이 영화로 대중과 평단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단 한 장면도 과장되거나 과도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눈빛, 말투, 움직임 하나하나에 섬세한 감정을 담는다. 특히 공주가 아무 말 없이 세상을 경계하는 눈빛은 이 인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내면을 설명한다.
연출은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다. 극적인 음악이나 조명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준다. 학교 교실, 하숙집, 체육관 등 평범한 공간들이 공주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이처럼 영화는 극적인 장치 없이, 인물의 감정과 현실의 불편함만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한공주라는 인물을 멀리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숨 쉬고 버티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4. 한공주 OST 히스토리

영화 〈한공주〉의 음악은 김태성이 맡아 극의 정서를 세밀히 표현했다. 대표적으로 스윙 싱어즈의 아카펠라 곡 〈Ciao bella, ciao〉와 배우 천우희가 직접 부른 〈Give me a Smile〉이 삽입되었다. 특히 천우희의 노래는 주인공의 억눌린 감정을 드러내며 큰 울림을 준다. 하지만 제작진은 상업적 발매보다 영화의 맥락을 중시해 OST를 정식으로 내지 않았다. 덕분에 이 음악들은 장면과 함께할 때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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