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찰과의 커넥션에 대해
범죄와의 전쟁은 1980~90년대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와 권력 유착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주인공 최익현은 밀수로 돈을 벌던 평범한 세관 공무원이었지만, 조직폭력배와 손잡고 권력에 접근하면서 ‘검찰 커넥션’을 형성하게 된다. 이 영화의 핵심은 단순한 조폭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한국 사회에서 검찰, 정치권, 기업, 조폭이 얽힌 부패 고리를 묘사하는 데 있다. 실제로 영화는 1990년 노태우 정권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를 배경으로 하며, 범죄를 단죄하기보단 권력자들이 서로를 살리기 위해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검찰은 정의의 상징이 아니라 거래의 대상이고, 주인공은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형님’과 ‘인맥’을 무기로 삼는다. 이 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사회적 풍자로 다가온다.
2. 주인공 최민식의 연기력
최민식은 이 영화에서 ‘최익현’이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부산 사투리, 허세 섞인 말투, 야비하지만 정이 많은 성격, 처세술에 능한 태도 등은 캐릭터를 생생하게 만든다. 특히 “살아있네~” 같은 명대사는 그의 연기력 덕분에 유행어가 되었을 정도다. 최익현은 능력보다 인간관계로 버티는 전형적인 아재 스타일 인물이지만, 최민식은 그 속에 시대의 희생자이자 적응자라는 이중성을 담아낸다. 그는 권력자 앞에선 비굴하고, 조직폭력배 앞에선 강한 척하지만, 가족 앞에선 또다시 나약한 가장으로 변모한다. 이처럼 다양한 표정을 오가며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리는 최민식의 연기는 단연 영화의 중심축이자 가장 강력한 매력 요소다. 그의 연기는 시대극 특유의 리얼함과 맞물려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결정적인 힘이 된다.
3.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 추천
범죄와의 전쟁과 함께 비교해 볼 만한 영화는 다음과 같다:
- 〈신세계〉 (2013)
이정재, 황정민, 최민식이 출연한 범죄 느와르로, 경찰과 조폭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과정을 정교하게 그린다. ‘조직’이라는 구조 안에서의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범죄와의 전쟁보다 더 현대적이고 비극적인 톤으로 접근한다.
- 〈공공의 적〉 (2002)
설경구가 맡은 정의로운 형사와 이성재가 연기한 재벌 2세 사이의 충돌을 통해, 권력과 범죄의 유착을 드러낸 영화. 범죄와의 전쟁처럼 사회의 도덕적 모순을 정면에서 비판한다.
- 〈더 킹〉 (2017)
조인성과 정우성이 출연한 이 영화는 검사들의 권력 놀음을 조명하며,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의 민낯을 보여준다. 범죄와의 전쟁보다 더 노골적이고 풍자적인 접근이 돋보인다.
이처럼 범죄와의 전쟁은 조폭 영화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정치와 권력의 이면을 폭로하는 사회 풍자극이며, 다양한 시대극·느와르 영화들과 비교해볼 때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4. 사회적 배경에 대해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 한국 사회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로 이행하던 과도기로,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정치적 혼란과 부패가 뒤섞여 있었다. 특히 권력층과 조폭, 기업, 검찰 간 유착이 만연했으며, 사회 전반에 인맥과 줄서기가 팽배했다. 영화는 노태우 정부가 1990년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 정책을 배경으로, 권력 내부의 위선과 시스템의 모순을 조명한다. 서민층 인물인 최익현이 조폭, 검찰과 손잡고 위로 올라가는 과정을 통해, 당시 사회가 얼마나 비정상적 논리로 움직였는지를 풍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