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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도 - 다섯 할머니, 여성 공동체, 숨은 이야기

by 노랑주황하늘 2025.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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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파도는 외딴섬 마파도를 배경으로 다섯 할머니와 두 남자의 만남을 통해 유쾌한 코미디를 풀어낸다. 하지만 단순한 웃음을 넘어서, 이 영화는 ‘노인’, ‘여성’, ‘섬’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한국 사회의 여러 단면을 드러낸다. 특히 다섯 할머니의 정체와 섬에 감춰진 이야기는 스토리의 중심축으로 기능하며, 코미디 뒤에 숨겨진 감동과 상징을 전달한다. 이 글에서는 다섯 할머니 캐릭터를 중심으로 영화의 서사적 깊이와 의미를 분석해 본다.

 

할머니가 앉아 있는 사진

다섯 할머니는 누구인가 – 캐릭터 소개와 첫인상

영화의 핵심 무대는 바다 한가운데에 고립된 ‘마파도’라는 외딴섬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인물은 모두 노년의 여성, 즉 다섯 명의 할머니들뿐이다. 이 설정은 등장 자체만으로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두 주인공이 섬에 도착하면서부터 이 독특한 인물들의 정체가 하나둘 드러난다.

다섯 할머니는 각각의 성격과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다. 거칠고 직설적인 말투, 남성 못지않은 노동력, 그리고 때로는 집단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단순한 조연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히 인물 간 위계 구조와 리더십의 작동 방식은 마치 ‘여성 공동체’로서의 또 다른 사회 구조를 보여주는 듯하다.

처음에는 괴팍하고 시끄럽게만 보이는 이 할머니들은 영화가 전개되면서 각자의 과거와 상처, 그리고 사연을 내비친다. 어떤 이는 가족과 단절된 채 살아왔고, 어떤 이는 젊은 시절 아픈 사랑을 품고 있다. 이처럼 단순한 ‘노인’ 캐릭터가 아닌, 입체적인 배경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는 점이 마파도의 가장 큰 강점이다.

섬이라는 배경과 ‘여성 공동체’의 의미

마파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다. 외부와 단절되어 있고, 남성 인물이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생계 활동이 할머니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완전한 여성 중심 공동체다. 이 배경은 서사상 중요한 장치이며, 여성 서사와 관련된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반적으로 농촌이나 어촌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는 남성의 노동과 여성의 보조적 역할이 중심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마파도」는 전복적이다. 남성이 없는 공간에서 여성들만으로도 체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질서와 규칙, 협력이 존재한다. 이 설정은 단순한 코미디적 장치가 아니라, 노년 여성의 생존력과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상징적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섯 할머니는 그 어떤 남성보다 강하다. 갯벌을 누비고, 닭을 잡고, 생선을 손질하며, 바닷길을 안내한다. 이들은 단순한 ‘노인’이 아니라, 삶의 연륜과 생존의 힘을 가진 여성들이다. 특히 영화는 이들이 남성 주인공들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통제하고 주도하는 모습으로 그려냄으로써 전통적인 성 역할을 해체한다.

숨겨진 과거와 마파도의 진짜 이야기

다섯 할머니가 단순히 유쾌한 캐릭터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과거에 있다. 영화는 서서히 이들이 단지 ‘외딴섬에 사는 노인’이 아니라, 마치 사회에서 밀려나고 잊힌 이들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이들의 사연은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관객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일부 할머니는 자식에게 버림받거나, 남편 없이 혼자 살아왔고, 또 다른 이는 실연과 사회적 소외를 겪은 인물로 그려진다. 그들이 선택한 고립의 공간인 마파도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일종의 ‘피난처’이자 ‘쉼터’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 문제, 노인 복지 사각지대, 여성의 생애 주기적 소외 등을 은유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또한 영화는 이들의 사연을 강요하지 않는다. 할머니들은 “우리는 그냥 잘 살고 있다”라고 말하지만, 관객은 그 말 뒤에 숨겨진 상처를 느낀다. 이처럼 마파도는 코미디 속에서도 따뜻함과 아픔이 공존하는 정서를 전달하며, 단순한 ‘웃긴 영화’로 머무르지 않는다.

 

영화 마파도는 이문식과 김갑수의 코믹한 연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삶을 꿋꿋하게 살아내는 다섯 할머니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한국 영화 속에서 보기 드물었던 ‘노년 여성 서사’를 유쾌하면서도 의미 있게 그려낸다. 그들의 정체는 단순한 ‘촌할머니’가 아닌, 세상을 등진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독립적 존재들이다.

마파도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 즉 노인 문제와 여성의 사회적 소외를 웃음이라는 형식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리고 다섯 할머니는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진정성 있는 전달자다. 이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 따뜻한 풍자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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