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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한글, 역사, 저항

by 노랑주황하늘 2025.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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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의 사전을 지키기 위한 이야기를 다룬 감동 실화 기반의 작품이다. 시대의 탄압 속에서도 민족의 말과 글을 지켜낸 사람들의 투쟁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언어가 곧 정체성이자 문화라는 메시지를 관통시킨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구성된 이야기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어우러져,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언어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역사적 맥락, 인물들의 저항 정신, 그리고 우리말의 의미를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세종대왕 사진

사전을 지키려 한 사람들

영화 말모이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일제의 조선어 탄압 속에서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고 지켜내기 위해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말모이’는 순우리말로 ‘말을 모은다’는 뜻으로,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단어를 수집하던 실제 작업명을 차용한 것이다. 영화는 이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평범한 인물들이 어떻게 민족적 사명을 갖게 되는지를 진정성 있게 그린다. 극 중 김판수는 글도 읽지 못하는 문맹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아들의 퇴학 문제로 우연히 조선어학회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점차 한글의 소중함과 그 안에 담긴 정체성의 가치를 깨닫는다. 반면 류정환은 조선어학회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학문과 사명감 사이에서 고뇌하는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두 인물은 각각 민중과 지식인을 상징하며, 조선어를 지키고자 했던 다양한 계층의 인물상을 대변한다. 영화는 그들의 교차되는 운명을 통해 한글을 지킨다는 것이 단순한 언어 보호가 아닌, 존재 자체를 지키는 일임을 강조한다. 당시 일제는 조선어 사용을 금지하고, 일본어 사용을 강요함으로써 조선인의 정체성을 말살하려 했다. 이에 조선어학회는 목숨을 걸고 사전을 만들었으며, 이들은 체포되어 고문과 재판을 받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언어는 단순한 소통의 수단이 아닌, 민족의 혼이자 독립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영화 말모이는 말과 글을 지킨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언어가 얼마나 정치적이고도 강력한 도구인지를 보여준다. 관객은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우리말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다.

한글은 곧 정체성이다

말모이는 언어가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한 민족의 정체성과 존재 근거라는 것을 중심 주제로 삼는다. 영화는 시대적 억압 속에서 한글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삶을 통해 ‘말’이 지닌 무게와 가치를 되짚는다. 극 중 조선어학회는 단어 하나하나를 모으고 정리하는 데 수년을 바친다. 수집된 단어는 단순한 낱말이 아니라, 민중이 살아온 삶의 기록이자 문화의 총합이다. 이처럼 언어는 곧 역사이며, 정체성의 거울이다. 특히 일제가 한글 사용을 금지하고 일본어만을 강요했던 시대적 배경은, 말의 통제가 곧 사상의 통제라는 점을 실감 나게 드러낸다. 일본어를 강요받던 조선인들은 말할 권리를 빼앗기며, 자존감을 잃어갔다. 영화는 이러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 속에서 누적된 억압을 시청자에게 체감시키는 방식을 택한다. 한글을 지킨다는 것은 곧 자신의 존재를 지킨다는 의미와 다름없었다. 영화에서 김판수가 점점 문해력을 갖추고 스스로의 언어를 찾는 과정은, 개인이 정체성을 회복해 가는 여정으로 읽힌다. 이는 단순한 성장 서사가 아니라, 식민지 조선인의 영혼을 되찾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극 중 등장하는 다양한 단어들은 지역마다 발음과 어휘가 다르며, 그것이야말로 언어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를 통해 영화는 ‘말은 살아 있는 존재’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이 사실은 오랜 시간 누군가의 기록과 저항, 지식과 삶의 흔적임을 알게 된다. 말모이는 언어의 의미를 되묻고, 그것이 단순한 글자와 발음의 집합이 아닌, 민족 공동체를 묶는 정신적 유대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한다.

실화를 감동으로 만든 연출

말모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단순한 재현에 머무르지 않는다. 감독은 현실의 무게를 감성적으로 풀어내면서도 과장 없이 사실을 전달하는 균형 잡힌 연출을 보여준다. 역사적 배경과 인물의 내면을 함께 다루는 방식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며, 관객의 감정을 섬세하게 자극한다. 특히 영화는 장르적으로는 드라마이지만, 스릴러처럼 조여 오는 긴장감과 애틋한 감성 서사를 동시에 담고 있다. 일제 경찰의 감시 속에서 은밀히 진행되는 사전 편찬 작업, 검열을 피해 단어를 숨기고 전달하는 장면 등은 관객에게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카메라 워킹은 인물의 눈높이를 따라가며 감정을 따라가도록 설계되어 있고, 배경음악은 감정을 과도하게 이끌지 않으면서도 장면마다 깊이를 더한다. 시각적 미장센은 1940년대 경성의 모습을 섬세하게 재현하여, 시대감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탁월하다. 유해진은 판수라는 인물을 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며 관객에게 감정의 통로를 제공한다. 윤계상은 정환 역을 통해 이상주의적 지식인의 복잡한 내면을 묵직하게 전달한다. 이 두 인물의 대비는 영화의 서사 구조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중심축이 된다. 연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감정의 절제가 살아 있는 장면 구성이다. 슬픔이나 분노를 폭발시키기보다는, 참아내는 표정과 침묵 속에서 더 큰 감정을 전달한다. 이는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기며, 영화의 메시지를 오랫동안 마음에 남게 만든다. 말모이는 사실과 감성을 균형 있게 엮은 연출을 통해,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메시지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의 의미’를 다시 묻는 영화로 기능한다.

 

말모이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다.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내던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가 잊고 있었던 언어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민족의 말이 곧 정신이고 정체성이라는 진리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기술적 연출, 배우의 연기, 서사의 짜임새 모두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우리가 오늘 사용하는 말 한마디, 단어 하나가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 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영화는 단순한 극영화를 넘어 우리 삶의 일부로 다가온다. 말모이는 그러한 점에서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한국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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