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은 두 가족의 붕괴 속에서 서로의 비밀을 마주한 두 소녀가 겪는 혼란과 성장, 그리고 어른들의 위선과 무책임을 정면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한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감정의 결과,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깊이 있게 다루며, 미성년이라는 단어가 단지 법적 나이를 뜻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감정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인물들의 진실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아이가 먼저 어른이 되어버린 순간
영화의 시작은 고등학생 주리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평범한 하루, 그러나 그녀가 마주한 건 아버지의 외도와, 상대 여성이 임신했다는 사실이다. 더 큰 충격은, 그 상대가 자신의 동급생 윤아의 어머니라는 점이다. 주리는 어른들이 감춰온 진실을 먼저 알아버린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감당해야 할 사람 역시 그녀다. 주리는 혼란과 분노, 수치심과 배신감을 동시에 겪는다. 그러나 그 감정을 내뱉기보다는 감춰야만 한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상황은 그녀에게 너무 빨리 어른이 되기를 강요한다. 주리는 아버지에게 진실을 묻고, 어머니에게 상처를 숨기며, 친구 윤아에게 적대감을 쏟는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의 이면에는 "나는 왜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나"라는 깊은 절망이 있다. 이 영화는 미성년자인 주리의 시선을 통해, 가정의 비밀과 사회의 위선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아이들은 선택할 수 없었지만, 결과는 고스란히 그들의 몫이 된다. 어른들의 잘못이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주리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자라야만 하는 현실에 직면한다. 미성년이란 단어는 이 영화에서 단지 나이를 뜻하지 않는다. 아직 감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오히려 어른들의 감정을 수습하고 견뎌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의미한다.
책임을 회피하는 어른들의 그림자
이 영화에서 어른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한다. 주리의 아버지는 외도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명확한 사과나 설명을 하지 않고, 상황을 조용히 넘기려 한다. 윤아의 어머니 역시 스스로의 선택을 정당화하려는 태도를 보이며, 자녀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보다는 감정적 방어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어른들은 말한다.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상처가 된다. 이 말은 결국 자신들이 저지른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패일 뿐, 아이들을 위한 진심이 아니다. "어른이 되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말조차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이러한 감정은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주리와 윤아는 각각 부모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며, 더 이상 그들을 절대적인 존재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와의 관계, 자기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더 많은 성장을 하게 된다. 영화는 어른들의 위선을 특별한 연출 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아이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저 본인의 감정을 먼저 추스른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외롭고 혼란스럽고, 결국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미성년은 이렇게 말한다. 진짜 미성숙한 존재는 나이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상처를 껴안고 나아가는 선택의 순간
영화의 중후반부, 주리와 윤아는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 서로의 가정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두 사람은, 더 이상 누구를 미워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이해’가 아닌 ‘인정’에서 시작된다. 주리는 자신의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는다. 윤아 역시 엄마의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것을 더 이상 감정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상처를 껴안고, 그 상태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이 선택은 단순한 수용이 아니다. 미성년으로 불리는 나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주체적으로 방향을 설정한 결과다. 영화는 그 선택의 순간을 길게 잡지 않는다. 오히려 짧고 조용하게 처리한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 담긴 울림은 깊다. 윤아는 아이를 지우기로 한다. 주리는 다시 학교생활을 이어간다. 상처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선택한 것이다. 미성년은 결국 선택에 대한 영화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선택은 미성년이라는 나이보다 훨씬 성숙하며, 오히려 그들의 태도가 진짜 어른스러움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든다.
미성년은 나이나 법적 기준보다 중요한 것이 감정의 성숙과 책임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리와 윤아는 어른들의 거짓말과 침묵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 영화는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들이 반드시 성숙하진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결국, 진짜 어른이란 자신이 만든 상처 앞에서 도망가지 않는 사람임을 조용히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