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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수사, 권력, 타협

by 노랑주황하늘 2025.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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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는 대한민국 사회의 뿌리 깊은 구조적 모순과 권력 유착,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인간 군상의 욕망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범죄 드라마다. 사건 자체는 연쇄살인이라는 자극적 소재를 담고 있지만, 이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그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조직의 비리, 언론과 검찰의 관계, 그리고 경찰 내부의 권력 구조다. 윤종빈 감독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냉소적인 시선은 인물 간의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데 탁월하며, 이를 통해 영화는 정의와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고 조작되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단지 범죄의 해결이 아닌, 정의라는 개념이 얼마나 취약한지, 시스템 안에서 얼마나 쉽게 타협될 수 있는지를 묻는 이 영화는 관객에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단풍 사진

수사의 이름으로 감춰진 진실

이 영화는 형사 최철기(황정민 분)를 중심으로 수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그리지만, 그 과정은 전통적인 수사물과는 전혀 다르다. 관객은 사건 해결의 쾌감을 기대하지만, 영화는 오히려 수사 과정 자체의 조작과 왜곡을 드러내며 불편함을 증폭시킨다. 최철기는 연쇄살인 사건의 압박을 받으며 윗선의 정치적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쇼’를 기획한다. 그가 택한 방법은 조작된 용의자를 세우고, 미디어를 통해 그를 범인으로 확정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법적 절차와 윤리는 무시되고, 목적을 위한 수단은 무엇이든 정당화된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따라가며, 수사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조작을 낱낱이 드러낸다. 여기서 핵심은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건이 ‘정리’되느냐는 점이다. 수사는 권력자의 안위를 위한 도구가 되고, 경찰 내부에서는 공을 세우기 위한 정치 게임이 벌어진다. 특히 언론 브리핑, 사건 브로슈어 제작, 언론과의 협업 등은 실제 현실과 유사해 더욱 섬뜩하다. 영화는 최철기의 타협이 단지 개인의 부도덕성 때문이 아니라, 그가 속한 조직이 그러한 선택을 강요하는 시스템임을 강조한다. 그는 조직의 생존 논리 속에서 스스로도 무너져가며, 관객은 그를 비난하기보다 연민하게 된다. 결국 부당거래는 범인을 찾는 영화가 아니라, 범인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해부하는 영화다. 그리고 그 구조는 실제 우리 사회 속 정의의 허상을 날카롭게 비추고 있다.

권력과 언론, 검찰의 삼각구도

이 영화의 중심에는 경찰, 검찰, 언론이라는 세 축의 긴장과 유착이 있다. 경찰은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인 동시에, 성과를 위한 조작의 실행자다. 검찰은 법의 이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권력의 도구에 불과하며, 언론은 진실 보도보다 조회 수와 독자의 관심을 좇는 장사꾼에 가깝게 그려진다. 이 세 집단은 서로 견제하면서도 동시에 필요에 따라 손을 잡는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인물 중 하나는 검찰 수사관 주양(류승범 분)이다. 그는 형사 최철기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시스템을 이용한다. 자신의 이익과 승진을 위해 경찰 내부의 문제를 들추고, 언론을 활용해 여론을 조작하며, 결국 자신이 주도권을 쥐는 상황을 만든다. 그는 법과 윤리를 말하지만, 정작 그의 판단 기준은 권력에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는가에 있다. 이러한 구조는 경찰 조직 내부의 권력관계와도 닮아 있다. 상사는 부하의 공적을 가로채고, 부하는 그 상사의 실책을 덮으며, 서로가 서로를 통해 생존을 도모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진실 보도의 기능을 상실하고, 특정 세력의 ‘입’으로 전락한다. 사건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여론은 쉽게 방향을 바꾼다. 부당거래는 이 세 구조의 얽힘이 단지 범죄 수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실 자체를 왜곡하고 정의를 무력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 구조 속에서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결과와 실적, 평가와 보상만이 남는다. 영화는 그 현실을 과장 없이, 그러나 집요하게 비추며, 관객 스스로가 그 구조 안의 문제를 자각하도록 만든다. 우리가 믿는 정의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생산해 낸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이 영화의 중심에 있다.

타협 속에서 무너지는 인간

부당거래는 범죄와 수사, 권력의 얽힘을 통해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 속에 있는 인간의 무너짐을 섬세하게 그린다. 형사 최철기는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강박과 조직 내 입지를 지키고자 하는 현실 사이에서 점점 파멸로 향한다. 그는 본래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타락한 인물도 아니다. 그는 주변에서 강요하는 환경과 압박 속에서 점차 감각을 잃어간다. 처음에는 주저하던 선택이 반복되며 일상이 되고, 그 일상은 더 큰 거짓으로 이어진다. 결국 그는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 진실이 무엇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이 인물의 비극은 단지 그의 선택 때문이 아니다. 영화는 타협이 일상이 된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이 얼마나 쉽게 소비되고 폐기되는지를 보여준다. 최철기는 모든 것을 덮고자 하지만, 더 큰 권력의 기획 아래 그는 도구로 쓰이고 버려진다. 반면 검찰, 언론, 상부 조직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사회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구조다. 영화는 개인의 도덕성과 의지로는 구조를 바꿀 수 없음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최철기 같은 인물은 또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영화의 무게감은 바로 이 반복성에서 나온다. 타협은 한 사람의 몰락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또 다른 타협을 낳고, 또 다른 희생을 만든다. 부당거래는 이를 통해 사회의 시스템이 얼마나 비윤리적일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동시에 그 안에 사는 인간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부당거래는  권력, 언론, 검찰, 경찰 등 여러 구조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부패에 가담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타협하며 살아가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한 사회 드라마다. 영화는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곡되고, 유통되는지를 차갑게 보여준다. 관객은 수사의 진전을 기대하다가, 어느 순간 사건 해결보다 그 사건이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에 충격을 받는다. 이 영화는 현실을 그대로 비추지만, 그 반영이 너무 정교해 오히려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부당거래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이자 경고이며, 동시에 어떤 질문을 던진다. 과연 정의는 누구의 것인가. 진실은 과연 존재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구조 안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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